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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가이드

해운대, 절반의 성공? 아니면 실패?


영화 해운대 개봉일의 극장은 생각보다 한산하더군요. 우리나라 최초의 재난영화로 만들어진 해운대는 제작발표를 하고 개봉하기 전까지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진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재난영화에서 가장 중요할수 있다고 볼 수 있는 CG 즉, 컴퓨터 그래픽을 얼만큼 실감나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애국심에 봐주었던 '디워'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또 한가지는 윤제균 감독에 대한 불신(?)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색즉시공, 두사부일체의 작업에 참여하고 '1번가의 기적'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과연 엄청난 기술과 물량이 투입되는 재난영화를, 그것도 한국에서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얼마 전 재미있게 본 차우는 영화 자체의 재미때문에 어설픈 멧돼지 CG는 애교로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해운대는 영화 장르의 특성상 CG가 아주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대가 성공을 할 수 있었던, 혹은 이건 좀 실패다 하는 부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성공의 이유
 한국 특유의 정서, 특히 부산의 지역적 특성(사투리라던가 야구응원 분위기)까지 이용해서 감정을 자극한 방법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헐리웃에서 만들어지는 '이유없이 들이닥치고 이유없이 사라진다거나, 현란한 CG에 넋을 잃을 뿐인' 재난영화보다는 수준이 더 높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헐리웃의 기술을 가져와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헐리웃 영화를 볼때보다의 느낌은 덜합니다.
하지만 해운대의 첫장면은 정말 칭찬할만할 정도로 사람을 순식간에 몰입시키더군요.
 

< 이유있는 슬픔>

다른 재난영화에 비해서 출연자들의 감정선에 더 공을들인 느낌이었습니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이 죽어갈때마다 '슬퍼할 수 있는 이유'를 더 부여했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영화초반에 코믹하고 애틋한 장면들을 보다가 그들이 죽어야만 하는 상황-일명 빼도박도 못하는-을 그냥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관객들의 답답한 심정과 안타까움이 뒤엉켜 더 큰 슬픔을 자극하는 좋은 촉매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운대의 주인공인 연희와 만식입니다.
2004년 연희의 아버지와 만식은 거대한 쓰나미를 만났던 경험이 한 번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쓰나미에 대한 공포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공포 외에도 이 둘 사이에는 말못할 사연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가진 건 횟집 밖에 없는 연희와, 내세울거라곤 공부잘하는 아들밖에 없는 만식은 서로의 문제때문에 사랑하지만 성급히 다가설 수 없는 사이입니다.
해운대에 쓰나미가 들이닥치고 이둘의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하지원과 설경구의 연기는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슬픈현실이 닥쳤을때 이 들의 연기때문에 더욱 가슴이 절절해 집니다.





지질학자인 김휘는 이미 해운대에 들이닥칠 심각한 조짐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한 편, 김휘가 그놈의 지진이 뭔지 자식도 내팽겨치고 일에 몰두하는 바람에 몇 년 전 이혼까지 한 아내 유진와 딸 민지를 해운대에서 만나게 됩니다.
이혼을 했지만 한때 사랑했고 가족이기에 아내와 딸을 지켜주고 싶은 김휘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 너무 몰입해서 보다보니 김휘가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언성을 높일때, 말을 지지리도 안듣는 팀장때문에 속이 갑갑해서 터질 것 같더군요.




해운대에서 코미디와 슬픔 모두를 담당하고 있는 출연자들 입니다.
능력은 쥐뿔도 없는 백수면서 엄마한테 삥뜯기나 하는 동춘은 영화에서 빠져선 안될 중요한 역할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명장면은 전부 김인권이 나온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을 함께한 이 세사람의 연기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휴가철에 해운대로 놀러가는 여자들과 해양구조대원의 사랑이라?
어찌보면 낯선곳에서의 설레임 때문에 생기는 감정일수도 있지만, 이 둘은 조금 특별합니다.
형식과 희미 커플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산남자와 서울여자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초반엔 이커플이 참 재미있었는데 뒤로갈수록 흐르는 눈물!
해운대에서 사투리 연기를 가장 잘 한 배우를 뽑으라면 전 이민기를 뽑고 싶습니다.








실패의 이유


어느정도 너그럽게 봐준다고 하더라도 CG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가봅니다.
첫장면에서는 '생각보다 그럴싸한데?'라고 생각했는데 컨테이너 장면에서는 웃기려고 그런건지 진지하게 설정을 한건지 의아해 지더군요.
물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좋게 평가받아야 하지만 순간 몰입에 방해되는 부적절한 CG는 아쉬운 부분중에 하나입니다.

<박중훈의 연기력?>

이 내용을 써야할지 말아야할지 상당히 망설였지만, 해운대에서 박중훈이 주는 감동이 가장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쓰나미를 직감하고 위급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박중훈인데 가장 태평해 보인다는 생각은 저만 한걸까요?
설경구보다도 오래된 연기경력을 가진 박중훈이 주는 감동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황급히 매듭지은 마무리>

메가쓰나미가 물러가고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 사랑하는 가족이 죽었는데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부분은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 애인대신 아버지가 죽었는데, 살아 돌아온 애인을 보고-아버지가 죽었든지 말던지- 너무나 좋아하는 리브타일러를 보고 황당했던 기분이 그대로 들더군요.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남은 사람들끼리 잘살면 장땡'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됐던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반가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난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니!라는 생각을 하니까 몹시 뿌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늘 말하는 거지만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보는게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