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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고현정' 미실과 홍상수의 뮤즈사이


드라마 선덕여왕이 요즘 난리 입니다.
말그대로 '인기절정'입니다. 그 인기 중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건 아마 고현정의 미실연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미스코리아로 데뷔해서 재벌가로 시집을 가고 십여년만에 재기에 성공한 고현정, 그녀는 재기 후 여태까지 줄곧 쉬지않고 그동안 연기에 굶주린 티를 팍팍내며-칭찬입니다.-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두편이나 출연했습니다. 그것도 '노개런티'로 말이지요.
노개런티로 출연한 걸 봤을때 고현정에게 연기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그동안 그걸 어떻게 참았는지 확 와닿더군요.
고현정이라는 훌륭한 여배우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다양하게 활동을 하는건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그녀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선한 얼굴로 악한 일을 행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악함이 더 극대화되기 때문에 드라마의 재미가 배가됩니다.

며칠 전 본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선덕여왕속 미실은 온데간데 없습니다.-너무 당연하겠지만-고현정은 홍상수의 뮤즈로서 영화속에서 '고순' 그 자체로서 빛을 발합니다.

고현정은 왜 홍상수의 영화에 출연했을까?

참 궁금하더군요. 재기 후 첫 영화가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은 매리트가 될 일이긴 하지만 홍상수 감독은 '쓰는배우'만 쓰기로 유명한 감독입니다.
누가 먼저 러브콜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변의 여인'에서는 고현정과 홍상수의 만남이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이미 홍상수의 뮤즈라고 불린 엄지원이 섭섭할 정도였습니다.

전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부터 줄곧 팬이었습니다.
김기덕 감독 만큼이나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감독은 아마도 홍상수 감독이 아닐까 합니다.
매니아들이 있는 반면, '도대체 영화가 무슨내용인지 모르겠다 줄거리도 없고 결말도 없다.'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매니아라고 하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홍상수 감독을 참 좋아합니다.


이제부터는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관한 저의 리뷰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 구경남

구경남(김태우)는 딱 200만명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픈 영화감독입니다.
관객들에게 그다지 유명하진 않지만, 제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아 제천에 내려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과거의 친구, 친구의 아내, 과거 사랑했던 여자, 사랑했던 여자의 남편 등 며칠간 제천에 머물면서 참 여러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구경남은 이 영화에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란 말을 본인이 직접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합니다.
묘한 상황에서 내뱉는 말, 그리고 듣게되는 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화의 제목이 될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군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

구경남과는 서로 얽혀있는 관계지만 한다리 건너 아는 사이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은 불쾌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챙피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낯선 자리에서 낯선 사람들과 있을때의 기분과 느낌을 상기시켜 주는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납니다.
참견을 하기도 하고, 괜한 걱정을 하기도 하면서 친해져보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들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을순 없지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의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계기로 잘 알게 될까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서 그냥 끝나게 될까요?
혹은 원수가 될 수도 있겠지요.




구경남과 고순의 관계

구경남은 선배의 아내가 된 고순을 보고 예전 그녀를 사랑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고순은 그 맘을 아는지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구경남의 선배가 집을 비운틈을 타 만나게 됩니다. 후에 이 둘은 어떻게 될까요?
둘의 행각(?)을 목격한 조씨역을 맡은 하정우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여차저차해서 해변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경남과 고순, 마지막 해변에서 이 둘의 대화는 정말이지 압권입니다.
고순의 대사는 구경남 같은 남자에게 여자들이 그동안 하고싶었던 말을 대변하는 느낌도 들더군요.
저는 특별히 공감했답니다.


제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리얼리즘과 생활속 여분의 삶을 표현한다는 점,
찰나의 느낌, 찰나의 언어, 찰나의 행동을 맛깔나게 표현한다는 점 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그 디테일함과 찰나의 느낌을 공감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줄곧 출연하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고현정이 이제 홍상수 감독의 뮤즈로서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네요.
이름만 들어서는 감이 안잡히던 이 둘의 궁합은 영화를 보고나면 '이보다 더 잘 맞을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고현정의 연기를 앞으로도 계속 티비나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을 연기하고 있는 고현정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점이 고현정이 배우로서 더 대단한게 만들어 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