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있는 슬픔>
다른 재난영화에 비해서 출연자들의 감정선에 더 공을들인 느낌이었습니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이 죽어갈때마다 '슬퍼할 수 있는 이유'를 더 부여했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영화초반에 코믹하고 애틋한 장면들을 보다가 그들이 죽어야만 하는 상황-일명 빼도박도 못하는-을 그냥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관객들의 답답한 심정과 안타까움이 뒤엉켜 더 큰 슬픔을 자극하는 좋은 촉매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운대의 주인공인 연희와 만식입니다.
2004년 연희의 아버지와 만식은 거대한 쓰나미를 만났던 경험이 한 번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쓰나미에 대한 공포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공포 외에도 이 둘 사이에는 말못할 사연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가진 건 횟집 밖에 없는 연희와, 내세울거라곤 공부잘하는 아들밖에 없는 만식은 서로의 문제때문에 사랑하지만 성급히 다가설 수 없는 사이입니다.
해운대에 쓰나미가 들이닥치고 이둘의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하지원과 설경구의 연기는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슬픈현실이 닥쳤을때 이 들의 연기때문에 더욱 가슴이 절절해 집니다.

지질학자인 김휘는 이미 해운대에 들이닥칠 심각한 조짐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한 편, 김휘가 그놈의 지진이 뭔지 자식도 내팽겨치고 일에 몰두하는 바람에 몇 년 전 이혼까지 한 아내 유진와 딸 민지를 해운대에서 만나게 됩니다.
이혼을 했지만 한때 사랑했고 가족이기에 아내와 딸을 지켜주고 싶은 김휘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 너무 몰입해서 보다보니 김휘가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언성을 높일때, 말을 지지리도 안듣는 팀장때문에 속이 갑갑해서 터질 것 같더군요.

해운대에서 코미디와 슬픔 모두를 담당하고 있는 출연자들 입니다.
능력은 쥐뿔도 없는 백수면서 엄마한테 삥뜯기나 하는 동춘은 영화에서 빠져선 안될 중요한 역할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명장면은 전부 김인권이 나온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을 함께한 이 세사람의 연기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휴가철에 해운대로 놀러가는 여자들과 해양구조대원의 사랑이라?
어찌보면 낯선곳에서의 설레임 때문에 생기는 감정일수도 있지만, 이 둘은 조금 특별합니다.
형식과 희미 커플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산남자와 서울여자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초반엔 이커플이 참 재미있었는데 뒤로갈수록 흐르는 눈물!
해운대에서 사투리 연기를 가장 잘 한 배우를 뽑으라면 전 이민기를 뽑고 싶습니다.
실패의 이유
어느정도 너그럽게 봐준다고 하더라도 CG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가봅니다.
첫장면에서는 '생각보다 그럴싸한데?'라고 생각했는데 컨테이너 장면에서는 웃기려고 그런건지 진지하게 설정을 한건지 의아해 지더군요.
물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좋게 평가받아야 하지만 순간 몰입에 방해되는 부적절한 CG는 아쉬운 부분중에 하나입니다.
<박중훈의 연기력?>
이 내용을 써야할지 말아야할지 상당히 망설였지만, 해운대에서 박중훈이 주는 감동이 가장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쓰나미를 직감하고 위급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박중훈인데 가장 태평해 보인다는 생각은 저만 한걸까요?
설경구보다도 오래된 연기경력을 가진 박중훈이 주는 감동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황급히 매듭지은 마무리>
메가쓰나미가 물러가고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 사랑하는 가족이 죽었는데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부분은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 애인대신 아버지가 죽었는데, 살아 돌아온 애인을 보고-아버지가 죽었든지 말던지- 너무나 좋아하는 리브타일러를 보고 황당했던 기분이 그대로 들더군요.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남은 사람들끼리 잘살면 장땡'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됐던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반가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난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니!라는 생각을 하니까 몹시 뿌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늘 말하는 거지만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보는게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