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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마더'의 두가지 결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5월에 개봉한 박쥐와 마더를 기다렸던 많은 분들이 계셨듯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은 우리나라 최고의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박쥐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호불호가 명확히 갈렸는데요, '마더'는 어땠을까요?

개봉 후 '재밌다, 재미없다' 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결말과 영화속에 담겨진 숨은뜻을 찾기가 더 바쁜 모습들이었습니다.
영화를 관람 후 , 여기저기 찾아보니 제가 생각한것과 다른 의견도 많이 보이고 볼 때는 몰랐던 숨은 뜻들도 많이 나와있던데요.
그런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들에게는 도움이 안되는 포스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식스센스의 경우 반전을 알고봐도 재미있더군요. 그럼 시작합니다.







과연 반전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신 분들은 반전은 특별히 없다고 하거나 영화 흐름상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저는 예고편을 봤을때 왠지 예감을 하긴 했지만, 역시 영화를 보면서 원빈의 범행장면을 보여줄때 섬짓 했습니다.
개인적으료 요즘 '스포일러'나 '반전'에 너무 연연하는 영화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원빈이 정말 범인이 맞다'라는 게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면, 전 '김혜자가 아들을 위해서 살인을 한다.'는 것도 반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우겨봅니다.



원빈은 바보가 아니다. VS 원빈은 바보가 맞다.

관광을 떠나는 엄마에게 침통을 건내주는 장면은 많은 분들이 토론을 하게 만들었지요. 초반에는 속터지는 바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원빈, 감옥에서 출소 후 친구 진태와 불에타버린 고물상에서 엄마의 침통을 발견합니다.
엄마에게 건내준 침통속에는 피마저 가득합니다.
아무리 바보여도 피가 뭔지는 알 것이고, 고물상 아저씨가 죽었는데 그 속에서 피가 가득한 엄마의 침통이 나온다면 도준은 어디까지 유추해낼 수 있었을까요?

영화속에서 보면 도준은 기억도 오락가락하고 6살 정도의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5살 때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 한걸 기억해내고 침을 놔주겠다는 엄마에게 '왜 이번엔 침놔서 죽이게?'라고 말합니다.
그건 그냥 6살정도의 어린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인 우리가 봤을때는 섬뜩하다고 느낄 순 있지만 도준은 그 말이 엄마에게 얼마나 엄청난 충격이 될지 모르고 뱉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5살의 기억때문에 엄마를 평생 괴롭히고자 하는 도준의 복수라고 너무 멀리까지 나가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도준은 그냥 어린아이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코멘트 입니다.

"도준이란 인물을 납득시키는데 집중했습니다. 도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아이인 거죠. 마지막에 침통을 엄마에게 건네줄 때도 그게 증거인멸인지 그냥 주는 건지 애매해요. 끝까지 알 수 없다는 느낌이죠.

갈등이 많았어요. 그 점에 대해서 원빈씨와도 오래 이야기를 했고요. 시나리오 역시 세가지 버전이 있었죠. 도준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스태프들도 저마다 해석이 다르더라고요. 원래는 촬영할 때 그 장면에서 대사가 한 문장 더 있었어요. 엄마는 이런 걸 막 흘리고 다니면 어떡해?라고 한 뒤에 이거 어디 멀리 가서 갖다 버려라고 말하는 것까지 찍었거든요. 그런데 후시 녹음을 하면서 그 대사를 뺐어요. 엄마의 죄에 대해서 아들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좀더 모호하게 처리함으로써 좀더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던 겁니다.

봉준호 감독에 말에 따르면 끝까지 애매하다는 이야기네요. 그렇지만 도준의 지적능력을 봤을때, 증거인멸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혜자가 '야매'로 침을 놔주다 걸려서 큰일 날뻔한 이야기를 약재상에서 듣죠. 원빈은 그걸 걱정해서 건네준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영화 마더는 결말뿐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 감독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요.


진태의 정체(역할)은 무엇일까?

진태는 도준을 적절히 이용해먹는 조금 똑똑한 동네 양아치 입니다. 혜자는 도준에게 '근본을 모르는 놈'이라면서 진태를 멀리하라고 하지요. 하지만 정작 아들의 범행을 밝혀낼때 진태의 도움을 톡톡히 받습니다.

혜자는 진태의 집에서 골프채를 발견하고 범행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집에 돌아온 혜자의 집에 진태는 자기집마냥 컴퓨터로 고스톱을 치고 있습니다.

이 때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단순히 화가나서 반말을 했다기 보다는 혜자와 진태의 관계를 암시하는 첫번째 대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진태의 집에서 미나와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본 김혜자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지요. 휴대폰에 대해 물어보려고 고등학생들을 취조할 때 진태는 혜자에게 담배를 건냅니다. 혜자가 담배를 피는걸 알고 있는거지요. 진태는 아마도 혜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긴 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영화 전반적으로 성적으로 암시하는 부분이 많다는 얘기로 미루어보아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봉준호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동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마더의 기이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통해서 꼭 말하고 싶으셨던 것은 결국 어떤 것이었을까요.  

 

모성이 과연 아름다우냐, 혹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냐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싶었어요. 우리가 아무리 모자 관계를 신비화시키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인간과 인간의 관계일 뿐이고, 암흑과 고통을 주고받는 관계일 수도 있다는 거죠.

 

-확실히 마더에서 엄마와 아들의 관계는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복잡한 속내를 드러냅니다. 이 영화에서의 모자는 서로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기는 사이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엄마와 아들은 서로를 지배하려고 싸움을 벌이는 것 같기도 해요. 마더는 아들이 엄마에게 복수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 영화에서 아들이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한 적이 과연 있었던가 싶죠. 어쩌면 이건 엄마가 아들을 알 수는 없다는 내용일지도 몰라요. 이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고, 모든 걸 다 보면서 배설하는 모습까지 컨트롤하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그 속내를 모른다는 거죠. 엄마와 아들 사이까지 그렇다면, 다른 모든 인간 관계는 어떻겠어요.

 



저는 마더의 줄거리는  비주류 3세계 영화에나 나올법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공감'을 얻기가 힘든 작품이 될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김혜자와 원빈이라는 배우들의 내면의 모습을 알아내고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고, 영화속에서 완벽하게 혜자와 도준으로 바꾸어 놓은 연출력에 대해서 봉준호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그의 전작보다는 조금 우울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한동안 멍때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