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박찬욱이라서 어렵다고?

박쥐 - 박찬욱

박쥐 개봉 첫 날, 한적해서 제가 자주 이용하던 극장이 꽉찬건 첨 봤습니다.
그만큼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겠지요.
복수는 나의 것부터 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에 빠져버린 저는 사실 박찬욱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항상 기대하고 보고싶은 마음입니다. 이런걸 '팬'이라고 해야될진 모르겠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전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박쥐가 개봉된 후 호불호가 너무나 갈리고 있습니다.
박쥐를 보고 실망을 했거나 재미가 없다고 하는 분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김옥빈의 연기가 어색하다.'라던가 '영화가 너무 작위적이고 스토리가 별로다.'라는 의견입니다.

저의 장점이자 단점은 모든 영화를 재밌게 본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맘에 드는 대사나 멋진 장면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 영화는 재밌었어.'라고 기억에 남기는 거지요.

여러분들이 알고계시는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을 볼까요.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탄탄한 스토리와 세련된 구성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JSA, 박찬욱 감독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영화지요.
하지만 여태까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타일로 봐서 JSA는 다분이 상업적인 면이 강하다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중에 최고로 뽑고싶은 건 '복수는 나의 것'인데요.
이 영화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JSA서부터 천천히 거슬러 올라오다보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개봉될수록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관객들의 반응은 최악이었지요.
전 이영화를 재밌게 봤습니다. 이렇게 말을하면 제가 정말 박찬욱 감독 '빠'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감독은 박찬욱 감독뿐 아니라 셀수없을 만큼 많은 감독님들이 있답니다.

'박쥐'를 보고 난 느낌은 이렇습니다.

'그동안 영화 중 박찬욱 감독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다.'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서가 아니라 최민식과 이영애 효과도 한 몫 했다고 보여집니다. JSA 경우만 보더라도 감독이 누군지 말하지 않으면 모를정도로 대중적인 면이 강했지요.
하지만 '박쥐'를 보면 누가봐도 박찬욱의 영화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듭니다.
저는 감독은 대중적인 것 보다는 영화에서 자신의 색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쥐'를 높이사는 이유지요.

박쥐에 대한 저의 평가는 이렇습니다.

'상업적인 것 보다는 박찬욱 감독이 추구하는 걸 그대로 보여준 영화'

김옥빈이라는 신인 연기자와, 어떤 인물이든지 완벽하게 소화해내서 영화를 보는지 다큐멘터리를 보는건지 모를정도의 송강호라는 배우의 선택은 참 적절했다고 봅니다.

김옥빈의 연기력에 대해서 말이 많던데, 화면에서 보이는 김옥빈은 후반부에서 탐욕으로 가득찬 뱀파이어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고 보여집니다.

영화 촬영 후, 김옥빈이 촬영한 화보사진을 보면 전과는 달라진 눈빛이 인상깊습니다.
한 연기자가 영화를 잘만나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송강호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에서 보여주는 색감과 훌륭한 앵글을 보는 맛이 탁월합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색다른 화보집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스토리가 부실한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10년에 이미 박찬욱 감독이 송강호에게 같이 하고자 손을 내밀었고, 틈틈히 준비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난 뒤 송강호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영화 내용과 겹치면서 쏙쏙 머리에 잘 들어오더군요.
인터뷰 보러가기>> (스포일러포함)

영화를 볼때 흔히들 말하는 킬링타임용이라고 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런 영화는 한번만 봐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처음에는 비쥬얼에 빠져들고, 두번째는 내용에 빠질 수 있게끔 두 번 봐줘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극장에서 한 번 봤고, dvd가 나오면 한 번 더 볼까 생각중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