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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박쥐' 박찬욱의 영화라서 더 기대된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저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허락하소서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
사지가 절단된 환자와 같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
사지가 절단된 환자와 같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저를 지옥 속에 있게 하소서

뱀파이어는 불사의 존재가 아니에요
그래도 내 피를 원하십니까



송강호가 기도를 한다. 신부였던 그가 뱀파이어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뱀파이어를 다룬 영화는 아마 '흡혈형사 나도열'같은 코메디가 전부였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소식을 기다렸는데, 뚜껑을 살짝 열었더니 이건 기대 이상이다.

'뱀파이어 이야기'란다.

송강호나 신하균이야 워낙 검증된 배우라서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김옥빈이라?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올드보이 촬영당시 강혜정과 최민식이 나이차이도 많이나고 뭐랄까, 너무 괴리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라 고민했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그렇지 않았다라고 하더라.

 씨네21기사中

 

-<박쥐>는 꽤 오래전부터 얘기해온 아이템이었다. 그 사이 제목도 안 바뀌었다. 영어 제목은 맨 처음 <Evil Live>에서 <Thirst>로 바뀌었고.

=할리우드영화 중에 실제 <박쥐>라는 작품이 있더라. 또 영어로 직역하면 <배트맨> 같은 느낌이 들어 오해가 생길까봐 제목을 바꿀까도 생각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영어 제목 <Evil Live>는 Evil 철자를 바꿔서 한번 더 쓴 건데 그거야말로 B급 무비 같은 느낌이 났다. 그래서 해외영화제 같은 데 가서 차기작이 <Evil Live>라고 하면 열성팬들은 정말 열광하더라. 사인회하면 지금도 장도리 들고 사인 받으러 오는 애들 있거든. (웃음) 퍼뜩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Thirst>라는 제목으로 바꿔 봤는데 폭넓게 인기있는 제목인 것 같다.

 

-송강호와 김옥빈 외 주변인물 캐릭터에 대해 좀더 얘기해달라.

=신하균은 남편이고 김해숙은 신하균의 엄마이자 태주의 시어머니다. 오달수나 송영창도 나오는데 그들은 신하균의 직장상사들이고 늘 그 집에 할 일 없이 자주 놀러오는 사람들이다. 수요일마다 퇴근해서 신하균 집에 모여 마작을 하며 시간을 때우는 한심한 인간들이다. 태주 입장에서는 꼴보기 싫은 사람들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의 오달수의 모습을 좋아하는데 이번 <박쥐>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

 

-송강호는 그 기나긴 필모그래피 안에서 본격적인 멜로드라마를 한 적이 없다. <밀양> 역시 그렇다고 보긴 힘드니까. 불륜이건 어떻건 <박쥐>는 송강호 최초의 본격 로맨스가 아닐까.

=송강호가 사제로서의 갈등도 있고, 뱀파이어가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제일 강조하고 싶은 건 태주와의 사랑이다. 송강호의 그런 모습이 아주 낯설지도 모른다. 촬영현장에서 본인도 그랬고, 그걸 보는 우리도 그랬으니까. (웃음) 그래서 <박쥐>가 진짜 새로운 영화라면 그런 면 때문이지 않을까. 물론 처음에는 어색해도 금방 적응된다. 워낙 잘하는 배우니까. 송강호가 남성미도 있지만 은근히 섹시하기도 하다.

-사실 송강호가 몸매가 된다. 다리도 길고 슈트를 입은 뒤태도 꽤 좋다.

=감량을 많이 했다. 얼굴선도 좀 샤프해지고 멋있어졌다. 사제복을 입은 모습도 상당히 잘 어울리고. 그런 그가 뱀파이어가 되면서, 사제로서 억제해온 여러 종류의 욕망의 뚜껑을 더이상 눌러놓지 않게 되면서 격정적으로 된다.

 

-파격적인 정사신 얘기가 돌면서 제작 초기부터 여배우 캐스팅은 난관이 많았다. 송강호와 김옥빈, 두 사람의 호흡은 은근히 호기심이 동한다.

=실제 나이 차이가 꽤 난다. 그런데 김옥빈이 나를 만나기 전부터 ‘애’ 같은 느낌의 배우는 아니었다. 그 나이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성숙하다. <박쥐>를 하면서는 더 그렇게 된 것 같고. 촬영 전부터 신하균 등과 연습도 많이 하고 함께 어울리고 리딩하고 술 마시면서 점점 늙어갔다. (웃음) 정말 실제로 영화를 보면 그런 차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올드보이> 때도 최민식, 강혜정을 두고 그런 우려를 했었는데 나중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옥빈은 신인이고 사실 연기력도 검증받은 배우는 아니다. 그런데 아래 포스터를 보자.

이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랬다.
포스터를 보고있으면 에로틱함이 느껴진다. 섹시함보다는 조금 더 퇴폐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가만 보고 있자면 김옥빈이 매달려 있다. 박쥐처럼

포스터를 거꾸로 돌려보면 이렇다.

이래서 박찬욱이 김옥빈을 캐스팅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김옥빈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정도로 음산하다.
과연 김옥빈에게 이런 잠재된 끼(?)가 있었을까?

난 박찬욱이 미쟝센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표정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찍으면서 저절로 표현된 것이리라 생각한다.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잔인하면서 복수심과 모성애를 가진 여자를 소화했다. 평소 그녀의 이미지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건 바로 '박찬욱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에게 잠재된 아무도 보지 못하는 캐릭터를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걸 최대한 극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 그사람이 박찬욱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복수시리즈 중 '복수는 나의 것'을 가장 인상깊게 봤다.
송강호가 자기 딸을 납치한 신하균에게 말한다.

"너 착한 놈인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거 이해하지?"




내가 본 한국영화 중 최고라고 뽑을 수 있는 대사이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복수로 점철된 영화이다. 복수는 나의 것이 있었기 때문에, 올드보이가 있었고 친절한 금자씨가 있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 '박쥐'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예고편을 우선 보자.


박찬욱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김옥빈에게 언뜻 풍기는 퇴폐적인 우울함을 발견한 박찬욱은 그걸 밖으로 꺼냈다.

'뱀파이어'를 연기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송강호는 그것이 가능한 배우이다.
왜냐고?
영화 '놈놈놈'을 보라. 포스터만 봐도 이상한놈이 송강호인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송강호는 이런 사람이다.

그냥봐도 '이상한놈'이다.

이런 그가 연기하는 '뱀파이어'는 연기가 아닌 그냥 '뱀파이어'자체일 것이다.
우리가 그에게 기대하는 뱀파이어는 '뱀파이어와이 인터뷰'에서의 탐크루즈나 브래드피트같은 뱀파이어가 아니다.
'송강호의 뱀파이어'이다.

그렇다면 이 송강호를 누가 진정한 뱀파이어로 만들어 줄 것인가?
바로 박찬욱 감독이다.
그의 뛰어난 미장센으로 송강호를 완벽한 뱀파이어로, 김옥빈을 음울한 여인으로 완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공개된 시놉시스에서는 신하균의 캐릭터가 분명히 나오지는 않지만 신하균은 관객을 실망시키는 배우가 아니라는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이후 목이 빠지게 박찬욱 감독의 신작을 기다렸던 나를 포함한 많은 팬들은 극장으로 달려가시길
박쥐개봉일은 4월 30일이다.

마지막으로 새로 공개된 박쥐의 스틸컷